| '미납페널티' 먹고 사는 유통업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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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납액의 20%까지 부과, 한해 수십∼수백억 거둬 들여예측 불가 발주가 원인, 머나먼 해결책 ‘CPFR’ 글 : 송세라 기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유통업체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에게 납품 가격 인하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물론, 판촉행사 비용 부담, 판매장려금 지원 등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일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초 풀무원이 까르푸에서 30여종에 이르는 자사 제품을 철수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CJ가 100여종에 달하는 제품을 전량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제품 원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는 납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상처가 속으로만 곪다가 결국 터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품 철수 이후 풀무원은 까르푸와의 협상 끝에 부분적으로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다시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반해, CJ 제품은 아직 까르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분쟁이 잦아지자 공정위는 지난 6월 말부터 한달간 이마트, 홈플러스 등 5대 할인점에 대해 납품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 확인을 위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미납 페널티 부과, 관행으로 굳어져 그러나 납품가와 관련된 갈등처럼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제조업체가 내고 있는 미납 페널티이다. 납품가격 인하나 기타 판촉행사 비용 부담 등은 공정위가 나설 정도로 문제시되고 있어 시정을 요구하는 업체들도 많지만, 미납 페널티는 수면밑에서 자행되는 구조적인 문제로 관련 당사자들도 그냥 관행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시정될 여지가 희박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납 페널티란, 유통업체의 제품공급 주문에 제조업체가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 유통업체는 판매기회 상실로 인한 손실을 입게 되므로 이에 대한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일종의 손해배상 청구의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제조업체의 미납은 비단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2002년 미국 조사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체의 미납률은 8.3%로, 유럽 8.6%, 아시아 8.2%, 미국 7.9%의 미납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는 보통 미납률이 10% 정도라고 한다. 리드타임 여유없이 제조업체에 발주 얼핏 보면 유통업체의 미납 페널티 부과는 납품을 하지 못한 제조업체로 인해 제품의 판매기회를 놓친 유통업체의 정당한 권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보면 원인 제공은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품 발주부터 제조업체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유통업체는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재고를 안고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재고를 줄이기 위해 여유재고를 최소화하고 필요할 때마다 발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는 리드타임에 대한 여유없이 발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전날 오후에 발주해 다음날 오전까지 제품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당일 발주한 제품을 당일 납품하라는 경우도 있다. 이를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대형 할인점만 5개사에 기타 유통업체까지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날 발주한 주문을 다음날 오전에 모든 업체에게 배송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물류 인프라를 한없이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제조업체는 고스란히 미납 페널티를 유통업체에 낼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경쟁으로 물량 한꺼번에 몰려 할인점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최저가 보상제도’나 ‘원플러스원’ 등과 같은 행사도 제조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어느 한 점포나 업체가 프로모션에 들어가면 다른 업체에서도 경쟁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므로, 프로모션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행사기간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확보해 놓은 재고가 없을 경우 제조업체는 제때 납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할인점의 ‘최저가 보상제도’는 미납 페널티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품을 최대한 싸게 공급하려는 할인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시장점유율 2~3위 업체는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에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브랜드 파워가 있는 1위 업체들마저 가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원가 이하로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한번 무너지면 쉽게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가격 붕괴를 피하기 위해 납품하는 업체에 따라 질량을 다르게 구성하는 등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또 SKU의 증가를 가져와 재고관리가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미납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여러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제조업체의 납품 한계는 물론 시스템 에러 등 자체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고, 이를 성실납품 독려로 포장해서 일방적으로 제조업체에게 행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고 비난했다. 미납 페널티를 수익모델로 악용 이처럼 제조업체가 제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일정 비율의 미납을 허용하는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의 약정에 따라 미납 페널티를 지급하고 있다. 미납 페널티에 대한 약정은 유통업체별로 차이가 나는데, L사의 경우 총미납금액의 마진을 페널티로 부과한다고 한다. 보통 마진이 2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액수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의 약 1%를 페널티로 지급한다고 한다. 규모가 큰 제조업체의 일년 매출이 8,000억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많은 제조업체에서 페널티를 받는 유통업체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수십억부터 많게는 몇백억까지 거둬 들이는 것이다. 유통업체들도 할말은 있다. 제조업체에게 관련 자료를 보내 소명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것. 그러나 그 기간이 너무 짧은데다, 이를 담당하는 영업사원들은 기존 업무로 바빠 유통업체에서 보낸 두꺼운 서류를 일일이 살펴 이를 소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페널티가 판매대금에서 공제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므로 관행처럼 굳어진 것도 이를 부추긴다. 이 때문에 업체에 따라서는 미납 페널티가 내부 수익모델로 자리잡아 갈 정도로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업체가 마음 먹기 따라서는 대량의 물량을 계속 발주하는 등 제조업체가 도저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럴 경우 제조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모든 유통업체들이 미납 페널티를 받는 것은 아니다. S사는 ‘결품을 걱정하기 보다는 매장에서 판매가 잘 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납 페널티를 올해 폐지했다. 이 회사는 미납 페널티를 폐지하기 전에도 재고가 없는 상품에 대해서는 사전에 발주를 안하도록 하는 등 예외조항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 회사와 거래하는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미납에 대한 예외조항이 많아 페널티를 낸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팔기도 전에 미납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출액의 1%나 되는 페널티를 유통업체에게 지급하지만, 갑의 입장인 유통업체와 마찰이 생길 경우 판로가 막힐 염려 때문에 먼저 나서서 시정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공유 통한 협업으로 해결해야 그러나 결품발생에 대한 책임을 미납 페널티로 부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유통업체는 유의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결품이 발생할 경우 ‘동일 제품을 사기 위해 다른 점포로 간다’는 대답이 31%, ‘브랜드를 아예 바꾼다’가 26%, ‘일시적으로 다른 브랜드를 구입한다’ 19%, ‘같은 점포에서 나중에 산다’가 15%, ‘아예 구입하지 않는다’가 9%로 나타나, 제품이 없을 경우 매장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40%,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우가 45%로 양쪽 모두에게 손해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결품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있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제품은 물론 제품이 없는 매장도 찾지 않음을 이 조사는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납 페널티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유명무실한 페널티 소명절차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예외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정보공유를 통한 협업 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정보를 공유해 재고 및 판매정보를 기초로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주하여,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점부터 물량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재고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유통업체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앞서 제조업체와 사전에 협의하고 이를 날짜별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해 물량이 센터로 적기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서는 여전히 감에 의한 발주가 일어나는데다, POS 데이터도 넘겨주지 않을 정도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협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납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며, “양자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며, 제조업체는 미납 페널티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간 물류매거진(www.ulogistic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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