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매거진

이달의 물류인 / 홍희정 제4회 물류관리사 수석합격자

admin

ㆍ게재년/월

2000/11

“나만의 고유영역 갖기 위해 자격취득”
"졸업후 외국계 기업에서 컨설팅 배우고 싶어"

지난 8월27일 치뤄진 제4회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은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았다.
올해 시험에는 5천5백명이 응시해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그중 합격자는 4.9％인 2백69명에 불과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여성 합격자가 47명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해 지난해 11.1％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홍희정씨는 1백점 만점에 평균 77.5점을 얻어 수석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연세대 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갔다. 담쟁이 넝쿨이 붉게 물들고 있는 건물을 배경삼아 그녀와 마주 앉았다.

대학 3학년, 난 아직 철부지

홍희정씨는 수석합격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어 보였다.
10월의 꿈길 같은 캠퍼스는 중간고사가 한창이었다.
발등의 불 부터 끄고 볼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아직도 철부지라고 소개했다.
“부모님과 두 언니, 그리고 이쁜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구요..., 음∼ 어릴 때는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스스로도 자부하고 살았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철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아서인지 점차 조용한 성격으로 변한 것 같아요.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정신 없이 떠들기도 하고 과격한 몸짓으로 뛰어다니기도 하는 아직은 철부지예요”

경영학과에서 물류과목 수강중

전공이 행정학과라면 물류와는 거리가 있는데, 물류관리사에 응시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현재 제 소속은 사회과학계열 행정학과인데요, 과에서는 기업을 공기업 입장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거리가 있지만, 작년 봄학기에 경영학과 이중전공을 승인받았어요. 현재 그 이중전공을 위해 빡센(?)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류영역이 제 전공과 그리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홍희정씨는 이번학기에 경영학과에서 김태현교수의 「물류 및 SCM」과목을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3학점 짜리 전공과목이다.
여기에서는 사례연구 및 분석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월마트의 물류문제 해결과 분석을 공부했다고 한다.

위기의식에서 자격증 준비

홍희정씨가 물류관리사 시험을 처음으로 접한 건 재작년 겨울이었다.
“재작년 겨울방학때 인터넷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는데, 그때부터 약 1년 가량 물류관리사의 경쟁력과 제반 사업분야에 대해 제 나름대로 평가해가며 자격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물류관리사라는 자격증을 접했고 따라서 어떤 계기를 갖고 접근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뭔가를 해야겠다는 위기의식에 할 만한 것을 찾다보니 이것이 눈에 들어왔고 1년가량의 조사기간이 저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 싶네요”
행정학과라면 으레 행정고시를 떠올리게 되는데, 홍희정씨는 고시는 싫다고 했다.
그녀는 대신(?) “전문적인 자격증 없이 단순히 토익 점수만을 가지고 여자라는 입장에서 몇년 다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싫어서 내 고유 영역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시험준비 위해 봄학기 휴학

그녀에게 수석합격의 비결(?)을 물어봤다.
“시험공부를 위해 올 봄학기를 휴학했습니다. 뭔가를 하려 할 때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학과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굉장히 부담이 되었거든요. 시험 준비기간은 약 9개월 정도였구요,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몇달 동안은 수험서에 치중해서 내용을 이해하는 식으로 공부했고, 마지막 2달 정도는 문제지와 인터넷 사이트의 기출문제 등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녀는 또 과목에 대한 차이점도 밝혔다.
“시험과목중 보관하역론이나 화물운송론은 영역이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물류관리론의 경우에는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그 영역이 엄청나게 확장될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그 양에 상당히 부담을 느꼈던 것 같구요. 그러다 보니 관심 역시 그쪽에 더 가더군요”

단순 암기만으로는 힘들어

홍희정씨는 새로 물류관리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시험은 응용문제가 많아 단순암기만으로는 힘들 거예요. 하지만 모든 자격증이 그렇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식에 대한 암기를 요구하죠. 그러다 보니 암기가 만족되지 않으면 이해를 통한 응용이 어려워지구요. 비록 처음 시작할 때는 내용이 어렵고 금방 파악이 되질 않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하면 되지 않겠어요? ”
“그리고 한권의 수험서에만 목숨을 거는 위험한 행동은 피하시구요. 또 기출문제는 너무 믿지 마세요. 기출문제를 통해 접한 문제는 실제 시험에서 약 50％정도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경우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는 거진 평균이 95점 정도 나왔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그게 아니더라구요”

자격증 현실적으로 쓰일 수 있어야

그녀는 정부에 대한 바램도 잊지 않았다.
“비록 제 자신이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게 됐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자격증만 가지고 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의무채용이 어렵지 않나 생각돼요. 반면 건교부의 물류관리사 관련정책을 보면, 자격증을 신설하는 데에만 급급했지 그에 대한 홍보나 그 자격증을 사회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해요. 타부처의 자격증 관리에 비해 건교부 정책은 물류관리사를 사회적으로 더 소외되게 하는 것같거든요. 제발 애착을 갖고 현실적인 정책이 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아마도(?) 물류쪽에 몸담지 않을까?

끝으로 졸업후 물류회사에 취업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졸업을 하게 되면 아마도 물류쪽에 몸담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재로선 구체적인 회사나 분야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의 컨설팅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TKR이 구축되면 외국계 기업의 입지가 지금 보다 강화되지 않겠어요?”
이중전공 탓에 하루 3∼4시간 자면서도 사설학원에서 회화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그녀를 졸업후 물류업계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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