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매거진

현대로지엠 방승돈·이수정 부부 / 긍정의 힘으로 위암말기 극복한 부부 택배배송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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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재년/월

2010/07

긍정의 힘으로 위암말기 극복한 부부 택배배송사원
사내 ‘전설의 부부팀’ 별명, 우수 친절 사원상 나란히 수상

글 _ 모덕천 기자(dcmo@ulogistics.co.kr)

“택배일이요. 힘들죠. 일반인도 힘들어하는데 암에 걸렸던 저에게는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족들,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이 나고 즐겁습니다” 현대로지엠 천안홍성대리점 택배배송사원 방승돈씨는 “택배배송이 고된 일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씨가 택배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그의 아내인 이수정씨도 같은해에 택배배송을 시작했다. 부부가 나란히 한 직장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홀어머니와 세 자녀(1남 2녀)를 부양하며 2년째 홍성에서 택배 기사를 함께 하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 택배사원이다.
남편인 방승돈씨는 일반 남자 택배사원의 하루 평균 배송물량인 150개보다 33% 많은 200개씩을 처리하고 있으며, 부인 이수정씨도 직접 택배차량을 운전하며 하루 평균 140개 이상을 배송하고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위암 3기 판정

이들 부부는 고객들에게 항상 밝은 웃음으로 친절 서비스를 펼쳐 지난 5월에 현대로지엠 본사에서 수여하는 우수 친절 사원상을 나란히 수상해 화제가 됐다.
지금은 우수 친절 사원상까지 받을 정도로 밝게 생활하고 있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에게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방승돈씨가 2004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4년 초여름이었습니다. 명치끝이 답답하고 소화가 계속해서 안되더라구요. 당시 고속버스기사 일을 하고 있어서 식사시간이 불규칙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증상이 계속 지속돼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했는데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남들에게만 일어날 줄로 알았던 암이 방씨 자신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 34살이었는데, 그 나이에 암이라는 것은 말도 안됐다. 하지만 젊었기 때문에 수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절망하지는 않았다. 의사가 위암 초기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수술을 하니 결과는 심각했다.
“수술전 조직검사에서 1기라고 했던 것이, 막상 수술을 하니 3기 말에 재발확률이 75% 이상이고, 재발하면 99% 이상 죽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수술전에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수술하고 죽는다고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머리속도 복잡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가족, 특히 아이들이었다. “암 수술을 했을 때 아내도 34살이었기 때문에 만약 제가 죽으면 아내는 아직 젊으니까 재혼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잠이 안오더라구요. 오죽하면 태어난지 얼마 안된 막내가 다시 자기 엄마 뱃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제가 죽으면 그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 고생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엎지러진 물 아니었던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그때부터다. “고속버스기사라서 늘 장거리 운전이 많아 가족과 떨어져 있던 시간이 후회됐습니다. 아빠는 돈만 잘 벌어다주고 가정에는 소홀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미안했습니다”

가족에게 소홀했던 것 후회

수술을 받고 약 4개월간의 항암치료 후 직장에 복귀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남들처럼 쉬면서 몸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내인 이수정씨도 일을 시작했다. 한번 어려움을 겪은 부부는 일을 하더라도 서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남편의 건강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갈 수 있도록 직장을 구했어요. 고속버스회사를 그만 둔 이후에도 남편과 근거리에서 일할 수 있는 일을 저도 찾았죠. 그래야 안심이 되고 일이 끝난 후에 남편과 함께 퇴근할 수 있으니까요” 이수정씨의 말이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들다보니 방승돈씨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현기증이 일어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일할 때는 힘들어도 집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택배로 제2의 인생 살아

방승돈씨와 이수정씨 부부는 지금까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중 현대로지엠 천안홍성대리점 양주열 소장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방승돈씨와 이수정씨 부부가 택배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양 소장님이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건강은 좋지 않지만 택배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말이죠. 제 사정을 잘 아는 친구라 해보겠다고 했죠” 방승돈씨의 말이다.
이수정씨는 처음에는 택배일이 내키지 않았다. “택배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과 함께 출퇴근할 수 있고 같이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2008년부터 5월부터 택배배송일을 시작한 부부는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생활하자 몸도 좋아지고 생활도 밝아졌다. 이들 부부를 두고 현대로지엠에서는 ‘전설의 부부팀’이라고 하는데, 이런 별명처럼 열심히 일한 덕분에 고객층도 넓어지고 회사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양주열 소장은 “이들 부부가 일한 후부터 그동안 클레임이 많았던 지역에 배송문제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칭찬했다. 또 양 소장은 “방승돈씨는 가장 먼저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고 때로는 집에서 음식을 해와 직원들과 나눠먹는 부지런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암을 극복하고 힘든 택배일을 하고 있냐고 방승돈씨에게 물었다. “사실 남들처럼 좋은 음식 먹고, 잘 쉬고,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일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과 가족이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절심함과 가족의 힘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주변에서의 많은 도움이 힘이 됐습니다. 택배일은 사실 힘들죠. 하지만 육체적인 것보다는 일부 고객들이 함부로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방승돈씨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단다. 남에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소장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생활하는 사연이 사람들에게, 특히 택배배송사원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방승돈씨의 핸드폰에는 아이들이 직접 불러서 녹음했다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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