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매거진

포커스 / 표류하는 의약품정보시스템 ; 요양기관, 거래내역 노출 우려 전원 불참

admin

ㆍ게재년/월

2001/09

정부가 추진중인 의약품물류 개혁작업이 이해 당사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의약품물류센터 건립과 함께 의약품 물류개혁작업의 양대축 가운데 하나인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헬프라인)이 지난 7월 2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7월 한달간 실거래 건수는 고작 65건에 불과해 개점휴업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요양기관, 거래내역 노출 우려 전원 불참
헬프라인 가동 못하면 개혁 '깃발' 내려야 할 판

이같은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요양기관이라 불리는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에 있다. 이들 요양기관은 복지부가 의약품 구매대금을 제약업체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약제비 직불제도’의 강행을 추진하자 거래내역 공개 등을 우려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며, 헬프라인에 불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와 도매업체는 각각 90％와 60％가 참여한 반면, 이들 요양기관의 참여율은 ‘제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약품물류의 개혁작업의 역사는 김대중 정권의 집권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동 이후 개점휴업 상태

김대중 대통령은 98년 4월 의약품 납품비리를 근절하라고 지시했고, 복지부는 그해 9월 ‘의약품유통개혁방안’을 마련 보고했다.
이 개혁방안의 뼈대는 의약품 납품비리 근절을 통한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었다.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과 의약품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의약품물류를 일원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본지 2000년 8월호 ‘의약품물류’특집 참조)
즉,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에 바코드를 인쇄하여, 공장 생산에서 약국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투명화하여 비리의 근거를 봉쇄하는 동시에, 그동안 요양기관을 통해 지급하던 약제비를 보험공단에서 공급자인 제약회사에 직접 지급함으로써 제약회사의 경영을 지원, 경쟁력을 높여보겠다는 것이었다.
제약회사가 요양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한 이후 보험공단, 요양기관을 거쳐 납품대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통상 250일 수준이었다. 정부에서는 이를 직불제를 통해 60일로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의약계 헌법소원까지 준비

하지만 이해 당사자인 요양기관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한의사·약사·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등 6개 단체는 ‘의약품대금지불제도변경공동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제도시행을 본격 저지하고 나섰다.
이들 요양기관에서 이처럼 강력반발하는 이유는, 직불제가 시행되면 대다수의 중소병원들이 연쇄도산의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보험공단을 통해 받은 약제비를 제약사와 도매상에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3∼4개월간 활용 경영의 어려움을 견디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관행을 무시하고 약제비 직불제를 시행한다면 모두 도산하고 만다는 것이다.
요양기관들은 여기에 한술 더떠 약제비 직불제가 사회통념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까지 준비하고 있다. 즉 이 제도가 자유시장경쟁원리와 계약자유의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약제비 직불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약분업에 이어 의약계 제2의 사태에 직면할 태세다.
아울러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도 가동되지 못하게 되고 의약품 물류개혁작업은 깃발을 내려야 할 공산이 크다.

한달간 14억 손실 주장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헬프라인의 운영사업자인 삼성SDS는 더이상의 사업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복지부가 300억원에 이르는 총투자비를 조기상환하지 않을 경우 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SDS가 7월 한달간 본 손실금은 약 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측에서는 파행운영에 따른 손실보전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센터를 계속 운영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삼성SDS 김홍기 사장이 지난달 10일 복지부 김원길 장관을 만나 추경예산을 통한 투자비의 조기상환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보센터 관계자들은 구축비 조기상환 등 운영협약 변경, 사업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립 시행, 요양기관의 참여 유도책 마련, 약제비 직불제 강력 시행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약제비 직불제와 구축비 조기상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의내용을 수용하는 한편 조속히 관리법인을 설립키로 약속했다.

복지부, 갈팡질팡

이에 따라 정보센터는 활기를 되찾아, 홈페이지(www.kopams.com)를 새단장하고 9월 한달간 거래실적이 우수한 업체를 대상으로 경품을 지급하는 등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거래투명성 노출을 우려해, 겉으로는 연쇄도산을 내세우며 헬프라인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의약품정보센터가 제대로 가동될지 아직은 의심이 간다.
비록 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약제비 직불제의 의무실시를 강제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지만, 투명성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의료계의 속성상 헬프라인이 제역할을 다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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