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매거진

대한통운 물량 1위 과연 사실인가?

admin 2006/12/21

11월 물량 925만개, 역대 최다
경쟁사 "상식적으로 납득 못한다"

글 : 김태정 기자(tjkim@ulogistics.co.kr)

대한통운이 최근 발표한 11월 처리 물량 925만 박스가 택배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10월 물량 712만 박스에서 한달만에 213만 박스가 늘어난 이례적인 기록임과 함께, 현대택배가 차지했던 부동의 1위 자리를 뺏을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측은 50% 이상 증가한 편의점 택배 물량과 JU 사태에 따른 반사효과로 고객사인 암웨이 수요가 폭증한 점을 주요 원인이라 설명하며, ‘1999년 현대택배에 내줬던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각종 언론매체들은 ‘대한통운 천하통일’, ‘대한통운 물류업계 1위 등극’ 등의 제목을 달며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통운이 진정한 택배시장 1위로 인정받기는 아직 험난해 보인다. 경쟁업체들이 이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1위를 고수해온 현대택배는 대한통운의 발표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 설명을 들어보면 첫째, 한달새 213만 박스가 늘어난 과정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이정도 물량의 단기간 증가는 대형 고객사 2~3개를 신규 유치해야 이룰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즉 기존 고객사 물량 폭증으로 이런 결과를 달성했다는 대한통운 측의 설명에 우회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
둘째, 설사 이 기록이 사실이라 해도 택배시장 1위를 탈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이는 대한통운이 보도자료에서 현대택배가 지난 9월 기록한 899만 박스를 자사 11월 물량과 비교, 우위를 점한 사항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현대택배는 아직 11월 물량을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대한통운이 현대택배 9월과 자사 11월을 비교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고 말하는건 억지”라고 강조했다.
현대택배 측은 이같은 내용의 반박자료를 정식으로 공표한 것은 아니지만, 홍보실을 통해 대한통운에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통운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일단 물량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전산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며 초강수로 나섰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아무리 택배시장 경쟁이 치열해도 이런 일에는 축하를 해줘야 한다”며 “경쟁사들이 언론 플레이로 대한통운의 업계 1위 등극을 깍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9월 물량과의 비교가 억지라는 현대택배 주장에 대해서는 “현대택배가 11월 물량을 12월 중순 현재까지 파악하지 못했을 리는 없는데 왜 공개하지 않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현대택배가 11월 물량이 대한통운 발표상 기록에 뒤처져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한통운의 발표가 진실이라면 향후 적어도 수개월간은 925만 박스보다 많거나 비슷한 물량을 유지할 것이다. 폭증한 기업물량이 단기간에 줄어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참고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통운의 지난해 11월 기록은 567만 박스, 그 전년도는 446만 박스였다. 또 올해 기록은 1분기에 월 500~600만 박스대를 오고가다 5월 629만 박스를 처리하면서 꾸준히 600만대 이상을 유지, 10월에 712만 박스를 기록했다.
한편, 이 같은 '전쟁'을 바라보는 업계 눈초리는 몹시 따갑다. ‘물량 1위’라는 상징적 의미를 차지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수익 창출은 뒷전으로 미룬 ‘이전투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택배시장에서 저단가 문제가 심화되면서 메이저 회사들이 물량보다 고 부가 창출로 내실경영의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하는 시점에 이런 경쟁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며 “물량이 아니라 실 수익을 발표하며 경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재 메이저 택배사들은 누가 먼저 월 1,000만박스를 기록하느냐에 주목하고 있지만, 상위 빅4사가 모두 이를 이룬다 해도 이것이 택배시장 발전과는 무관함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