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물류인 / 박형택 대표이사 (주)보우시스템 | |||
 
|
|||
| admin | |||
|
|||
|
"내 전공은 행정학 아닌 컨베이어, 아직은 프로 아니야" 평사원으로 입사, 한 우물 판 끝에 14년만에 대표이사 취임 글 : 오민택 차장  “자식, 옷이나 갈아입고 나오지.”박형택 사장이 컨베이어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 얼마 안됐을 때, 대학 친구모임에 나가 들은 말이다. 신입사원 시절이었던 박 사장은 그날 “작업하던 그대로 기름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모임에 나갔다”고 한다. 당시 친구들은 은행이나 투신사 등 번듯한 직장에 다녔으니 말쑥한 차림새로 나왔을 것이다. “당시에는 놀림감이었지만 당당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고 좋았으니까요. 지금은 그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합니다.” 한 기업의 사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르고 싶어하는 자리 아닌가? 박형택 사원이 어떻게 대표이사가 되었는지, 이제 어떤 각오로 일하고 있는지 들어보려 경기도 광주에 있는 그의 공장으로 찾아갔다. 기대·자신감 충만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드린다는 말에 박형택 사장은 첫마디에 부담이 앞선다고 한다. “지난 4월에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했는데, 부담이 많이 갑니다. 그 전에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이제는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럽죠.” 아울러 박 사장은 기대와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편으론 그간 내가 꿈꿔왔던 바를 펼쳐봐야겠다는 기대감도 있고, 이제는 잘만 하면 굉장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박 사장은 좀처럼 나서거나 내세우는 타입이 아니다. 물론 일은 제외다. 대표이사 취임 기념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며 쑥쓰러워했다. 그는 인터뷰중에도 “대외적으로 쑥스럽고, 알리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면서 “대외적으로는 차장이나 부장이 일하기에는 훨씬 편하다”고 했다. 사장 명함을 내밀면 대접이 달라져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특히 이런 걸 많이 따지는데, 아직도 현장에서 할 일이 많다”면서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차·부장 명함을 들고 다니겠다”고 한다. 2년간 ‘경영수업’ 성적 A+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 바뀐 게 없느냐는 질문에 “그다지 바뀐 건 없지만, 바뀌었다면 금융관계 일이나 주변 공장사람들 만나는 일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사장은 2년 전부터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탓인지 생소한 것은 없다고 했다. “10년 넘게 이끌어온 전임 김종수 사장님 체제에서 2년 동안 완충기를 가질 수 있어서 기존 직원들의 동요나 정신적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임 대표의 신뢰가 두터워 따르는 직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또한 전임 사장을 존경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2년간의 ‘경영수업’ 기간동안 좋은 성적을 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에 특히 금융부문에서 차입금을 전액 상환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원들이 내 땅, 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매월 지출되는 고정경비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욕심이 있다면 큰 땅 사서 공장을 넓혀가고 싶다”고 한다. 현재의 공장부지 700평 가지고는 좁다는 것이다. 최소한 2,000평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그러나, “시간이 걸려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다. “물류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까, 욕심부려 은행돈 끌어쓰는 사람들 많이 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에 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런 식으로 모아나가면 금방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북한은 우리산업의 대안” 박 사장은 “요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최근에 중국에 다녀왔다. 좁은 땅에 비싼 인건비를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한 일환에서였다. “중국내 투자회사와 중일 합작 컨베이어사 등 좋은 업체를 많이 보고 왔는데, 품질 등 여건이 안맞는데다 업체가 너무 많고 카피실력이 워낙 뛰어나 인건비만을 보고 달려들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 사장은 또 “생각하면서 일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여기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못하는데 중국은 더 할 것 아니냐”면서 “국내와 중국 두 곳에 공장을 가동하려면 그만한 물량이 나와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어쨌든지 중국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중국 못지 않게 개성공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시간 내외라는데 거리 가깝지요, 중국과 달리 언어장벽 없지요, 우리와 달리 인건비 싸지요, 게다가 근면성까지 갖춰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지요.” 그는 “북한은 우리산업의 대안”이라며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도로, 전력 등 인프라를 잘 갖춰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개성공단이 안정화되고 나서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는 크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로 되려면 많은 시간 필요 물류설비업체들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최근 WMS 공급에 이르기까지 토탈서비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보우도 수직반송기와 캐로젤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업종다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수직반송기는 컨베이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다변화라고 생각지는 않고,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 시작하게 됐다”고 답한다. 그는 덧붙여 “어느 분야에나 전문가가 있는데, 컨베이어에는 내가 전문가일지라도 다른 품목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나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내가 모르는 것을 만들면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직 완벽한 프로는 아니라며, 프로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다른데 투자하기에는 아깝지 않겠느냐고 한다. 컨베이어에 대한 그의 이런 열정은 ‘컨베이어 매뉴얼 작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우리 컨베이어업계에 자료가 너무 없어 지금은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언젠가는 만들고 싶다”고 한다. 대형서점에 가봐도 그다지 소용없는 자료뿐이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진정한 전공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 컨베이어에 대한 누구 못지 않은 열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의 전공이 궁금했다. “대학에서 원래 전공은 행정학이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선택한 것이었고, 진정한 전공은 사회에 나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박형택 사장은 대학을 마치고 모 내의업체 기획실에 들어가 개혁을 주장하다 벽을 실감하고 퇴사한다. 이후 몇 개월 쉬다 모 컨베이어업체에 입사한 게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시발점이었다. 당시까지는 전기에 3선이 들어가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행정학을 전공했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그였지만 어느덧 컨베이어에 취미를 붙여 열심히 일하게 됐다고 한다. 하루는 기름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대학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친구들 하는 얘기가 ‘자식, 옷이나 갈아입고 나오지’였단다. “당시에는 놀림감이었지만, 당당했습니다. 일이 재미있고 좋았으니까요. 지금은 그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합니다.” 덧붙여 박 사장은 “사람은 우열이 없기 때문에 하찮은 사람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 위치가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대학 4년간 야학을 운영하는 원동력이 됐다. 당시에는 야학에 나오는 학생들이 자신의 집에 와 살림살이를 가져가기도 했지만,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마침 인터뷰하는 날 저녁에 야학 같이했던 사람들 모임이 있다며 환한 얼굴을 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와 같은 순수함이나 인생관, 사람들의 평가 등이 남아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질만을 가지고 노후가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직원들 삶·가정 존중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번 여름휴가비도 직원들과 똑같이 가져갔다고 한다. “지금은 대표이사지만 그에 앞서 직원들과 동료였다”는 그는 직원들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권위보다는 직원들보다 앞장서 일하고, 개인의 삶을 존중해 주는 편이다. 일년에 한번 있는 야유회도 평일을 택한다. “놀러가더라도 평일에 출발해 토요일에는 올 수 있게 합니다.” 직원뿐 아니라 가족들도 있는데, 개인의 삶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휴가도 1주일씩 주니, 어떤 사람들은 저를 바보 같다고 하는데, 결과를 보면 누가 바보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박 사장은 일이 꼭 시간의 양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며, 공을 들인 만큼 성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공장을 놀리지 않기 위해 원가 이하로 일감을 따오는 곳도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쉬면 에너지 충전하면서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매출 강요하면 악성 수주하게 돼” 그런 탓에 박 사장은 “억지로 매출목표를 설정해두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출을 강요하면 영업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악성 수주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매출이 없다고 패배의식을 갖거나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한다. 평소에 성실히 믿음을 쌓으면 가만있어도 기본적인 일감은 들어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한테 “정직하게 수주하라”고 주문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되돌아온다, 설사 손해를 보면 나중에 열 배로 보상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제는 손해보면서 까지 수주하지 말라고 한단다. 이제는 선별 수주할 만큼 일감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정책(?) 때문인지 보우시스템은 IMF 때도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보우가 컨베이어의 표준이 됐다, 보우 제품이 제일 좋다’는 시중의 평가가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보우는 지난달에 월 매출이 9억원에 이를 만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책 몇 권 들고 가 사색하고 올 예정 바쁜 탓에 여름휴가도 미룬 그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양양 낙산사로 휴가를 떠날 거란다. “책 몇 권 들고 가서, 핸드폰 꺼놓고 사색하고 올 예정입니다.” 정몽헌 회장 자살을 보면서 삶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싶단다. 아무리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아침에 꼭 일어나 조깅한다는 그는, 지난 2월 시카고에 출장갔을 때도 어김없이 일어나 조깅을 나갔다가,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한 추억도 지니고 있다. “백두산, 언젠가는 오르겠다” 시카고 물류전에서의 가슴아픈(?) 기억 때문에, 영어공부도 열심히 한다는 그는 “6년만에 방문한 시카고 물류전에서 많은 것을 보고 왔다”면서 “그때 보았던 것들이 보우시스템의 기술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내용이 무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기밀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학 때 수많은 ‘권총’을 차면서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놀러 다니기도 했다는 그는 올해 사스 때문에 오르지 못했던 백두산에 직원들과 언젠가는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런 목표를 공표해 놓으면, 직원에게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 몰라도 백두산에 오르거든 한반도와 중국을 아우를 수 있는 기운을 받아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후기 기자가 박형택 사장을 처음 만났던 때가 96년이었다. 이후 가끔 얼굴을 볼뿐 서로를 잘 몰랐었는데, 지난 2월 시카고 출장길에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10시간 넘는 시간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보니 서로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대학교 때 들로 산으로 놀러다닌 얘기, 야학했던 얘기,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 했던 일, 군에서 이발병으로 근무하다 고참 귀를 잘라 혼났던 일, 최근의 조깅 얘기… 등등 전혀 뜻밖의 얘기를 듣고, 혼자서만 알고 있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기자와 동년배인 박 사장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소년 같지만, 일에서는 프로다운 정열을 보이는 작은 거인이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기자가 보기엔 적어도 그렇다. <저작권자 ⓒ 월간 물류매거진(www.ulogistic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