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시장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다국적 의약품물류업체인 쥴릭파마의 국내 진출을 시작으로 SK상사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유통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또 지난 20일에는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국내 의약품 제조·도매업체를 중심으로 한국의약품협동조합 발기인대회가 열려 의약품 공동물류센터 구축계획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의약품 유통시장의 열기는의약품산업 전체의 물류비용 절감과 물류효용성을 향상시켜 국내 의약품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업체나 대기업의 시장선점을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현재 업계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있는 의약품물류의 변화를 취재했다.
의약품 물류개혁 시동걸렸다
시장 선점 놓고 폭풍전야
현재 국내 의약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7조원이 넘는데 이에 비해 유통구조는 폐쇄적이고 낙후돼 있어 물류비의 비중이 다른 업계보다 훨씬 높은 매출액의 10% 이상이다. 그러나 도매업체들은 지역을 거점으로 전국에 4백여곳에 난립해 있는 형편.
때문에 의약품 유통체계의 개선과 물류비용 절감 등 물류전반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으나 쉽게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의약품 유통체계 개선이 가속화되었는데 의약품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스위스 다국적 의약품 물류업체 쥴릭의 국내 진출 때문이다.
또한 SK상사 등 대기업의 의약품 유통물류사업 진출은 기존의 의약품도매업계와 물류전문업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지난달 20일 의약품 물류협동조합 발기인 대회를 갖고 의약품 물류센터 운영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도 국내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의약품유통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 조합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개별업체들도 영업확장전략을 적극 수립하고 있는데 기존에 의약품물류를 하고 있던 용마유통, CJ GLS, 동원산업 등은 효율적인 배송과 물류망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약품 유통체계의 변화는 물류비절감,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등에서 그 기대가 크다. 물론 일각에서는 외국 물류업체나 대기업 등이 시장을 장악해 국내 의약품 유통망의 독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도매업계의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의 구축이 이루어진다면 쥴릭이나 SK상사 등의 거대세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의약품물류업계도 다양한 형태의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쥴릭, 10월부터 영업개시
다국적 의약품 물류업체인 쥴릭파마의 한국법인 KIS(코리아 로지스틱스 서비스)가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최근 광역판매, 지역분할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업만을 남겨놓은 상태였으나 기존 영업방식을 일부 변경, 당초 이달부터 계획했던 것을 한달 늦춰 영업을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기존 도매상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쥴릭은 제약회사의 유통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물류전문회사다. 현재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동남아 의약품물류의 50∼60%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의약품 물류회 사.
이 회사는 입고부터 출고, 배송에 이르는 대부분의 물류과정을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한 최첨단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완숙한 물류노하우를 갖고 있다.
쥴릭이 제공하는 의약품 물류서비스는 제약회사는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만 담당하고, 나머지 의약품 보관, 배송, 주문접수 및 수금 등을 모두 쥴릭이 대행한다.
때문에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을 구입해 약국이나 병의원에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도매상과는 차이가 있으며, 배송만 전담했던 기존의 배송전문업체와도 다르다. 이러한 점에서 제약회사들이 각각 도매상을 경유하거나 직거래를 통해 약국에 자사제품을 공급하는 방식보다 유통경로가 크게 간소화되는 것이다.
오는 10월 영업시작 시점에서 KIS와 제휴하는 제약회사는 한독약품 등 10개 정도이며, 서비스를 시작한 뒤 참여할 업체들이 상당수 있어 제휴 제약회사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KLS와 제휴하는 제약회사가 기존에 직거래하던 약국에 대해서도 거래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는 등 영업방식을 일부 수정하여 KIS와 제휴하는 도매업체와 약국수도 늘어나게 된다.
아직은 자세한 사업규모나 물류시스템에 대해 공개를 꺼리고 있는 KIS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게되면 정확한 물류체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SK상사, 인터넷기반 유통사업
SK상사는 지난달 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및 의료용품 유통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SK상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류망을 구축, 제약회사 제품을 SK물류센터를 거쳐 수요자인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의료분야 정보제공 업체인 비트컴퓨터, 전능메디칼 등 벤처기업과 제휴를 맺고, 병원과 약국에 약품과 의료용품 등의 공급을 전자상거래라는 신물류시스템을 통해 시작한다.
SK상사는 이를 위해서 의약품 및 의료용품 도매상허가를 곧 획득, 늦어도 12월 이전까지는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터넷 상거래에서 아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물류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GEIS의 기술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GEIS는 이에 따라 병원과 약국, SK상사, 제약·의료기업체 등을 연결하는 별도의 전산망 구축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SK상사는 이 사업에서 주문을 받은 제품의 배달을 맡을 운송업체 2∼3곳과 협상을 진행중이며, 물류망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물류센터를 신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사업은 제약회사와 의료기제조회사 등의 상품정보를 약국이나 병원 등이 별도의 전산망을 통해 조회, 주문하고 신용카드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면 운송업체를 통해 주문상품이 배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K상사는 앞으로 5년내에 1만여개 이상의 병원 및 약국과 제휴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또한 물류비용절감에 있어서는 의료유통분야는 정보전달이 폐쇄적이어서 중복투자 또는 과당경쟁 등 비효율이 심해 이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약 30%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상사는 인터넷 상거래를 통한 의료서비상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집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는 홈케어(Home Care) 사업과 병원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한편 SK상사에 이어 SK(주)도 의약품 유통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주)는 약국을 대상으로 약사전용 인터넷 정보통신망을 구축, 의약품 거래를 알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이미 의약품 거래를 위한 전자상거래 인터넷망 구축에 착수,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고. SK(주)가 추진하는 사업은 인터넷을 통해 약사회원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양측에게 도움을 주는 인터넷기반 사업이다.
이 사업은 SK상사가 추진중인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 의약품 도매알선과 운송차량을 이용하는 기존 의약품 물류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SK(주)는 우선 약국개설자가 희망할 경우 전용홈페이지 및 전자메일주소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학술모임 지역약사회 동창모임 등 약사로 구성된 소그룹의 전용통신망을 구축해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도매알선, 약국회원간 의약품재고 교환, 약국의 의약품구입대행, 약국에 대한 경영정보 및 학술정보 제공, 약국홍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SK(주)는 약사회원들이 엔크린카드 고객과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 및 의약품정보를 제공하면서 약국경영 및 홍보에서 도움을 얻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관련업계는 SK(주)의 의약품유통 사업은 의약분업 의약품유통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간 유대를 강화하고 약사와 소비자를 인터넷으로 연결시켜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선진 외국물류기업과 국내 대기업들의 선진물류기법에 대응하게 될 의약품물류조합이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의약품도매협동협회는 지난달 2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물류조합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전국규모의 물류조합 설립에 관해 구체적인 사업안을 논의하였다.
조합, 부곡·양산센터 운영
이날 발기인대회에는 도매업소 대표 1백48명, 제약업체 대표 54명 등 2백2명이 발기인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도매업소의 경우 서울을 비롯해, 부산·경남, 대구, 경기, 전남, 대전, 강원, 충북 등 제주를 제외한 전국지부에서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제약업체와 도매업체가 개별적으로 의약품을 병원이나 약국에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시정하기 위해 물류조합을 신설키로 했다. 또 공동물류센터 구축의 4대 기본요건과 운영 및 설계에 대한 기본원칙을 마련했다.
우선 공동물류센터 구축 4대 기본요건은 첫째, 장기적으로 물류센터를 통한 물류비가 조합원의 종전 개별물류비의 합계보다 경제적일 것, 둘째 개별배송보다 공동배송이 더욱 신속·정확할 것, 셋째 개별보관보다 공동보관이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에 더욱 우월할 것, 마지막으로 개별물류보다 공동물류가 거래의 투명성을 더욱 제고시것 등이다.
또 공동물류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공동창고의 역할을 하게 되며, 기능은 조합원 각자가 개별적으로 소유하는 의약품을 공동으로 입고·보관 출고·운송한다.
또 조합원의 상류기능과 물류조합과의 관계와 관련, 조합원의 영업기능 즉 가격, 대금지불조건, 판촉방법 등 거래조건과 수발주업무 등 모든 영업행위에 대한 의사설정은 조합원이 법률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여 행하되 의약품물류만 공동으로 물류조합을 통하도록 한다. 따라서 공동물류센터에 보관되어 있는 의약품의 소유권은 조합원 각자의 것임을 규정했다.
공동물류센터의 구축(설치)방법에 대해서는 3가지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제반시설·설비 및 실무운영, 배송업무 일체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하고있 다.
즉, 물류창고용 건물과 시설·설비 등을 임차하고, 창고 실무관리 및 피킹 그리고 배송업무 일체를 외부 전문 용역기관에 위탁하여 관리,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는 초기 투자자금이 최소화되어 자금조달에 부담이 없고, 물류노하우를 가진 전문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의약품 물류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최고로 높일 수 있다.
또 공동물류센터의 설치장소 및 규모에 관해서는 보건산업진흥원의 물류센터에 관한 연구결과를 수용, 참조하여 수도권 물류센터는 부곡에 약5천여평 규모로, 남부권 물류센터는 경남 양산에 2천평 규모로 운영된다.
이를 바탕으로 물류조합은 오는 2001년 1월 1일부터 의약품 공동물류센터를 가동, 전국 31개 지역배송센터를 통해 의약품을 일괄적으로 옮기게 된다.
한편 물류조합은 200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 제8항을 설립근거로 하되 동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 공포되지 않은 만큼 우선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의 관련규정을 준용하여 설립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같은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51개 제약업체와 1백29개 도매업체가 각각 5천만원씩의 설립기금을 출자하고, 복지부는 재특자금 3백억원의 융자를 지원한다.
이처럼 물류조합을 통해 의약품이 유통될 경우 제약업체는 약품을 광역물류센터에 납품만 하면 되어 병원과 약국에 대한 일괄 배송으로 연간 3천억원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의약품 유통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2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줄어든다. 의약품 결제기간도 현재 2백51일에서 60일로 줄어든다.
의약품물류 개혁의 출발점
그러나 이번 물류조합 설립계획안에서 물류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은 복지부의 '의약품 유통개혁방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정부와 관련업계는 물류비 절감을 위한 물류조합과공동물류센터 설립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유통흐름상의 제반정보를 컨트롤하는 의약품물류정보센터는 필요 없는 조직이 라는 것.
의약품물류정보센터는 물류조합 조합원의 거래내용(계약조건, 판매, 수금 등) 일체가 정보센터에 노출되기 때문에 조합원의 영업비밀이 보장, 유지될 수 없다. 또 불요불급한 정보센터 설치 및 운영은 결국 물류조합, 조합원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물류조합 및 조합원의 경영에 막대한 손실이 초래된다.
또한 의료보험관리공단이 현재 약 5백여억원의 정부예산 지원으로 공단과 5만8천여개 요양기관을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중이고, 보험의약품 납품대금 결제정산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공단에서 행하게 되어 물류정보센터는 필수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면 기존정보망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정보센터 설치장소는 공단에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정보센터를 보건산업진흥원에 두는 것은 의약품산업 정보망을 2중으로 설치하는 것이 되어 2백70억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차이로 앞으로 의약품물류정보센터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도 물류조합 설립에 있어 몇가지 우려의 소리가 있었는데 물류협동조합의 조직·설치 운영 등에 대한 행정간섭의 지속 또는 강화여부, 도매권상실에 대한 우려 물류협동조합을 통한 의약품 공급대금 결제시스템이 공급자에게 유리한지의 여부, 물류조합 사업실패시의 책임소재 문제 등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의약품물류협동조합은 낙후된 의약품물류체계를 개혁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모두 인식, 의약품 공동물류사업은 국가적인 의약품 유통망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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